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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Note
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거냐고
'죽음'을 생각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가끔 서로의 묘비명을 업데이트합니다. 삼각지를 지나가는 택시안에서. 북악 스카이웨이를 드라이브하다가 잠시 차를 세워둔채로- 평범한 대화 중 불쑥 각자의 묘비명을 떠올리고 혹시 모르니 각자 메모장에 적어두는데, 그러는 동안 현재와 과거, 내가 살고 싶었던 삶, 남게될 사람들을 떠올려봅니다.
내가 없게될 순간을 떠올리고 남길 말을 정하는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말이든 내 삶을 요약할 한 문장이든 고민하다보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볼 수밖에요. 내 자신이 기특하다가도 금새 후회나 아쉬움 범벅이 됩니다. 잠깐 그런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 지금 이 순간이, 내 곁의 사람들이 달리 보이기까지 합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별거없습니다. 보신대로 내 묘비에 글 한줄 미리 남겨두자는게 출발이고, 먼저 떠난 사람들에게도 내가 떠난 뒤 남아있을 사람들에게도 메시지 한 줄 남길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대단한 각오나 다짐은 일부러 하지 않았고, 촘촘한 계획도 아직 없습니다. 뭐든 영원할 것처럼 살아온 나의 착각을 깨닫고 잠깐 멈춘 덕에 시작했어요.
지금 여기엔 분명 죽음에 대한 생각과 죽음 이후의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이 곳은 어떻게든 살기위해 매일 애쓰는, 애썼던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한, 산 사람들을 위한 곳입니다. 이것만은 분명히 해둡시다.